제조업입니다 / 송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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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954회 작성일 17-08-28 15:41본문
제조업입니다
송기영
말제조를 합니다. 제조업이죠. 끼워달거나 기워 넣습니다. 잘못 갖다 붙이면 쪽박을 차기도
합니다. 엎지를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어코 주워 담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몇 번 먹었
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말입니다. 말의 생산성은 분위기에 달렸습니다. 분위기를 뛰어넘는
말이 있다면, 반역이거나 혁명입니다. 말 조제가 아니라 제조입니다. 귀가 없는 당신에게 어떤
말이 약이 될 수 있을까요. 말놀이를 하다가 약이나 안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귀를 입으로
뜯으며, 말꼬리를 잡고 뱅글뱅글 돕니다. 뚫을 수만 있다면, 말총을 만들어 심장을 겨눌 텐데.
말제조를 합니다. 궁하면 찍어내는 게 말이라고 하지만, 있는 말도 아니고 없는 말도 아니고,
산 말도 아니고 죽은 말도 아닌, 무엇인가 상큼발랄 유쾌한 소리를 지르고 싶었던 것인데, 어젯밤
내가 당신에게 건넨 건
말이었습니까?
- 《시현실》(2017. 봄호)
1972년 서울 출생
200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zip』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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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krystar님의 댓글
krysta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이쿠, 즐거운 말 유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