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滴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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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7회 작성일 17-08-29 11:09

본문

멸실환처럼

 

김신용

 

 

    1

  처마 끝에 맺힌 빗방울이 떨어지고 난 뒤, 다음 빗방울이 매달린다. 지금 떨어진 빗방울은 어디로 갔을까? 의문도 의구심도 없이, 빗방울이 매달려 반짝인다. 떨어질 때를 기다리며 눈을 빛낸다. 먼저 매달렸던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 빗방울이 사라져 버렸는데도, 사라진 자리, 또 다른 빗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마치 그 자리가 요람인 듯 흔들의자라도 되는 듯, 그렇게 떨어져 내려 사라진다. 자신이 빗방울이었던 모든 흔적을 지운 채 사라진다. 자신이 더 큰 빗방울이 되었다는 듯이, 더 큰 빗방울이 되어 흐르고 있다는 듯이, 저기, 처마 끝에 매달린 빗방울은 빛난다. 멸실환, 멸실환처럼 지워지면서 빛난다. 이것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더 큰 자기 자신으로 만나고 있다는 듯이

 

  그렇게 지워진 자리가 하나의 완성이라는 듯이.

 

 

  2

  그래, 물방울의 종족은 물방울뿐이다

  물방울의 家系도 물방울로만 이루어져 있다

  마치 물방울은 물방울만 낳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듯이

  유사 이래, 오로지 한 핏줄 한 얼굴들뿐이다

  혹시 물방울은 물방울로만 남아야 한다는 모종의 음모가 있었던 것처럼

  물방울의 母系에서 고리 하나를 빼버린 것처럼

  그러니까…… 물방울에서 다른 물방울로 진화할 수 없도록

  자자손손 물방울은 오로지 물방울로만 남아야 하는 것처럼

 

 

  3

  그런데 저기 봐, 웬 사람 하나가 손에 커다란 확대경을 들고 홀로 숲을 헤매고 있다. 풀벌레 소리 하나

풀잎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구부정히 허리를 굽힌 채

  자신이 무슨 어쿠스틱 음향 채집가라도 된다는 듯이

 

  그런 자신이 물방울이 낳은 물방울의 자손인지도 모르고

 

  그것이 이 시대의 멸실환인지도 모르고

 

- 시와 경계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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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부산 출생

1988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2』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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