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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천민 /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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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24회 작성일 15-09-04 09:54

본문

불가촉천민

 

김 언

 

 

구겨진 구두처럼 서투른 생활들로

아침이 오면 우리의 지붕은 붉게 녹슬어 있겠지

 

오늘밤엔 물로 흐르지 않아

우리는 손을 잡고

서로의 구두 속에 고여 있던 물을 서로의 귓속에 부으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앟아

우리가 들었던 그 어떤 말도 기억나지 않을 때까지

 

아침이 오면 우리의 천장에 붉은 물 번지고

우리의 귀는 물로 가득 차고

우리 마주보며 입을 벌리면

물고기들은 신나서 물 밖으로 도망쳐버리겠지

 

문틈과 창문 틈에 테이프를 바르고서

숨을 참으면 떠오르는 몸들인 양

우리는 물고기도 없이

우리의 감정들이 키우던 각진 돌멩이들을 가득 삼키고서

 

 

20090921000045_0.jpg


 

1973년 부산 출생
부산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8년 《시와 사상》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거인』『소설을 쓰자』『거인』』『모두가 움직인다』
2006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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