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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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458회 작성일 17-08-31 11:14본문
생가
김정환
오른손잡이 평생 처음으로 왼쪽을 기준 삼는다.
중요한 것을 주로 왼쪽에 두고 왼손으로 글을 쓰듯
세상을 보고 생활을 한다.
신경체제가 왼쪽으로 무너지면 왼쪽으로 누운 긴 직사각형
유리창만 왼쪽으로 누운
시야를 제공하지. 때때로 찢을 수 있으나 폭파할 수 없는
사진 풍경 속보다 그것은 생생하다.
애매가 끈질기다.
파킨슨병 옆에 누운 삼십년 전 애인의 벗은 몸도 보았다.
그러나 더 깊이 봐야지. 그 속에
생가가 있다. 습도와 온도 없는 안온이 있는 자궁이
껍질을 제 겉모습으로 조금씩 허락하는 모양의.
그것을 위하며 키 큰 자작나무 전나무 허리 숙여
관목을 닮는 모양의.
- 김정환 시집 『거푸집 연주』(창비, 2013년)에서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0년 《창작과 비평》 등단
시집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 『해가 뜨다』 『거푸집 연주』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 등
제8회 아름다운 작가상, 제9회 백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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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타일님의 댓글
LA스타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