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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 남궁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66회 작성일 17-09-04 09:07

본문

온양온천역 왼편 호박다방

 

남궁선

 

 

다방은 커피가 이천오백 원밖에 안 해 담배 피는 그녀

기차는 다섯 시 오십 분에 떠나고

 

가족탕이라고 해 봐야 방 하나에 욕조 하나 주는 거야

재떨이에 침을 뱉는 그녀, 이월의 바람이 사내들을 따라 들어오고

 

다방의 기표는 어항, 메뉴판 없어요? 여긴 메뉴판 없어요

플라스틱 수초를 바라보는 그녀와 나

 

우리 여관은 거의 달방으로 나가 대실은 재미가 없어 오래된 집이야

그녀의 엄마는 여관을 넘기고

종종 대실료 이만 원씩 챙기던, 소일거리 없어진 그녀

 

커피 콜라 쥬스 주세요

연변말처럼 서울말 쓰는 아가씨가 커피를 흘리고

콜라엔 얼음이 없다 괜찮은데 커피 잔을 닦는 아가씨, 괜찮다는데

 

승마 지은 시인이 누구지

승무라고 말하고 싶었던 그녀 그 걸 기억해서 뭐하지

가을엔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에 가고 싶어

어항 너머 도금 팔찌의 사내를 바라보는 그녀

 

여기 얼마예요 만원만 주세요 가격미정의 값들

 

어느 찻집보다 더 작고 낮아서 우린 여기까지 왔을까

끝내 커피 값도 콜라 값도 쥬스 값도 알 수 없는 호박다방

 

 

 

namgungsun.jpg

경기도 강화 출생

2011시작을 통해 등단

시집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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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수통골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통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얼음이 녹은 콜라잔을 잡으니
온통 물이다
쓰윽
물묻은 손을 허벅지에 문지른다
긁적긁적
어딘가에 숨어있을 곰팡이슬은 노곤함을
촛점없는 눈으로 긁어댄다
더듬더듬
우리가 흘러들어온 입구를 찾아헤맨다
만원 한장으로
다시 출구를 비춘다
삐걱삐걱
저기 낯익은 소음으로 손짓하는 이가 있다
콜라값을 몰라도
출구는 닫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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