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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계란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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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91회 작성일 17-11-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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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계란

 

   최금진

 

 

곤계란 삶을 때 계란 우는 소리가 난다

사방 벽을 두드리다 벽에 스미지도 못하고 덜그럭 덜그럭 냄비를 구르는 소리

닭이 되지 못한 병아리 새끼는 삐약삐약 울면서

연약한 부리로 껍데기를 쪼고 있었던 걸까

병든 아내는 피 묻은 깃털과 축축한 곤계란이 맛있다고 한다

껍데기는 방의 외벽

그 안에는 밖에서 몰려든 외풍이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고 있다

태어나기 직전에 깨지는 곤계란처럼

바스락거리는 비극을 두르고 아내는 잠속에 몸을 누인다

누렇게 곯아터진 달덩이를 벗기면 시커먼 아내의 얼굴이 잠시 환해지고

닭발처럼 거칠고 초라한 아내의 손이 불쑥 흰 접시 위에 담겨진 채

형광등 아래 놓인다

알은 하나의 방, 하나의 꿈

간밤에 닭은 세 번 울었고

아내가 가꾸었던 동글고 따뜻했던 세계는 자꾸 금이 갔다

그리고 그 금이 간 껍데기를 열자 머리털이 다 빠진 어린 병아리 한 마리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죄수처럼 붉은 핏줄을 목에 걸고 있다

알은 막다른 아침, 우리는 그 안에서 깨진 부리로 바깥을 향해 고개를 내민다

곤계란 속에는 눈이 퉁퉁 부은 병아리가 울고 있다

아내는 지금 그것을 먹는다

놀란 입을 계란처럼 동그랗게 벌리고

 

 

—《문학의 오늘》2017년 여름호




충북 제천 출생
1994년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제4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
2001년 《창작과비평》신인상
시집『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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