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입술로 / 최예슬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목마른 입술로 / 최예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7회 작성일 15-09-10 09:51

본문

목마른 입술로

 

최예슬

 

술도 약도 여자도 없는 방에서

가닿을 수 없는 진리에 대해 쓰다가

자꾸만 잠이 들었습니다.

 

달콤한 귓속말로 이어붙인 세계

바느질로 군데군데 비밀을 기워 넣고

태엽을 감아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며

부러진 안경다리를 엮어 의자를 만들고

빨강 페인트로 우체통을 정성껏 칠하고

보드라운 솜을 뭉쳐 인형을 완성합니다.

이직 최초의 인류는 도착하지 않았는데…

 

성난 누군가가 힘차게 소리쳤습니다.

“제발 멍청한 축제를 그만둘 수 없나요”

 

마을 사람들은 재빨리 비밀 속으로 사내의 목소리를 박음질합니다.

 

이곳은 깨어질 수 없는 세계

날마다 비밀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아직 잠들지 않은 소년은 어린 사과나무에 정성껏 물을 줍니다.

 

꿈에서 깨면 다른 세상에서 깨어난다

오늘은 더러운 해변에서

솜사탕을 만들고 커피 심부름을 한다

맨발에는 사탕 종이와 뒤엉킨 해초들이 감기고…

남은 원두 찌꺼기로 쓰디쓴 커피를 내려 마시며

다음에 도착할 마을을 상상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잠들기를 두려워하며

살아 있음을 유예하는 걸까

 

울며 울며 일곱 개의 층계를 오르던* 소년은

늙지도 죽지도 않은 채

달콤한 사과 파이를 베어 물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창고

“지금 여기 쌓여 있는 물건들 중에서 ‘침대’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네 것으로 삼아도 좋아”

 

너는 창고를 활짝 열어주었는데

 

그곳에는

썩은 나뭇가지만 잔뜩 쌓여 있었다.

 

* 박인환 「일곱 개의 층계」

 


 

choiyesool-140.jpg

 

198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과 졸업

2011문학동네신인상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3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0 0 10-26
13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4 0 10-26
13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3 0 10-25
13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6 0 10-25
13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7 0 10-24
13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2 0 10-24
13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3 0 10-23
13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9 0 10-23
13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7 0 10-22
13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 0 10-22
13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9 0 10-19
13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2 0 10-19
13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8 0 10-18
13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4 0 10-18
13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4 0 10-18
13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1 0 10-17
13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8 0 10-17
13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7 0 10-15
13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9 0 10-15
13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8 0 10-15
13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3 0 10-12
13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 0 10-12
13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6 0 10-10
13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5 0 10-08
13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7 0 10-08
13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3 0 10-05
13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0 10-05
13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0 0 10-02
13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4 0 10-02
13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1 0 10-01
13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6 0 10-01
13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3 0 09-28
13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6 0 09-28
13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6 0 09-27
13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0 09-27
13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3 0 09-21
13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6 0 09-21
13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1 0 09-20
13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9 0 09-20
13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9 0 09-19
13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8 0 09-19
13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4 0 09-18
13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0 0 09-18
13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7 0 09-17
13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 0 09-17
13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5 0 09-12
13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 0 09-12
13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3 0 09-10
13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3 0 09-10
13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1 0 09-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