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되는 꿈 / 신동옥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래가 되는 꿈 / 신동옥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65회 작성일 17-11-20 09:32

본문

고래가 되는

 

  신동옥

  

 

가령, 내가 온 힘으로 달려서

이 땅 끝까지 달려서 어느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순간

나는 끝없이 달릴 수 있고 절벽으로 몸을 날리거나

가만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기는 수도 있겠지.

여기 잠들어야 하나?

마저 헤엄쳐 건너야 하나?

내가 처음 마주한 벽을 무너뜨리고 처음 움켜쥔

문고리는 뜨겁게 달아올라 쥘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여기

잠들어야 하나? 그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물가에는 언제나 하얀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얼빠진 사내가 있어 저 치명적인

인간의 꿈에 중독된 물빛에 비추자면

우리는 모두

죽음을 그리워하는 自然 또는

처음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 사내

또는 처음 노래를 지어 부른 여인

그 속이 타들어가는 열정을

헤아려보자

 

민물에서 짠물로

솟구치는 기포의 힘으로

물보라를 꽃처럼 틔워내며

서서히 항진하는 몸부림을 귀청을 찢는

폭발음을 일으키며 등성이에서 등성이로

절벽에서 절벽으로 쏟아져 내리는 아우성을

가령 내가 온 힘으로 달려서 이 땅 끝까지 달리고 달려서

처음부터 다시 진화하는 법을 배워서

숨을 들이켜는 법부터

다시 익혀서

 

물속 깊이 주둥이는

길게 늘어뜨리고 목구멍으로는

공기를 욱여넣으며 마침내 울음도

웃음도 하얗게 말라붙는 진공으로, 더불어

꺼멓게 타들어간 등허리는 파도 위에 내어놓고

숨구멍은 고단한 이마 위에 옮아 붙어서

무릎에서 발등까지 한데 뭉친

꼬리지느러미로 쿵, 쿵,

수면을 내리찍으며

물길을 틀 때

 

미끈한 물결 따라 옴폭 팬

물구덩이 봐라, 마법처럼 피어났다

오므라드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헐거운 심박동으로 옴폭 팬, 무덤을 닮은

물구덩이를 고래발자국이라 부를까?

가령 내가 저 멀고 춥고 아득한 물길 따라

꽃잎처럼 너울너울

피었다간 메워지는

고래발자국 몇 땀으로

 

이 땅을 버리고

맨 처음 바다로 나아간

한 마리 고래가 되어서

내 남은 숨 모두 들이켜고도

차고 넘칠 퀴퀴한 추억에 익사하던 어느 먼 옛날

전생의 힘을 빌어서도 끝장내지 못한 미련은

나도 모를 누구의 꿈결을 텀벙거리며

치달리고 달릴까?

 

저 잔잔한 수면을 헤치고

가라앉는 별 몇 알 물먹은 빛으로

뿜어 올리는 커다란 울음으로

탕, 탕, 탕,

항진하는 고래발자국 속에서

맨 처음 물속에 뛰어든 파동이 되어서

맥박이 되어서 노래가 되어서

마침내 내가

고래가 되어서

끝없이 끝도 없이.

 




 

1977년 전남 고흥 출생
2001년《시와반시 》등단
시집『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고래가 되는 꿈』
산문집 『서정적 게으름』등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Total 3,160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7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2 1 07-15
27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2 1 07-15
27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3 0 07-10
27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0 1 07-10
27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8 0 07-10
27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0 0 07-07
27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2 0 07-06
27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0 07-06
27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0 0 07-06
27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8 0 07-06
27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0 06-30
26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0 06-30
26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9 0 06-30
26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8 1 06-28
26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9 1 06-28
26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6 1 06-28
26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1 06-27
26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1 06-27
26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9 1 06-27
26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2 1 06-24
26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2 06-24
26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1 06-23
26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1 06-23
26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2 06-23
26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7 1 06-20
26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6 1 06-20
26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6 1 06-20
26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1 06-17
26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7 1 06-17
26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5 1 06-17
26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0 3 06-15
26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5 2 06-15
26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0 2 06-15
26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 1 06-14
26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1 06-14
26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 2 06-14
26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1 06-07
26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1 06-07
26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1 06-07
2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9 1 06-06
26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 06-06
26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0 06-06
26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1 06-02
26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1 1 06-02
26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0 1 06-02
26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06-01
26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0 06-01
26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 06-01
26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 05-30
26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0 05-3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