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벽 / 김언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36회 작성일 17-12-06 09:12본문
직벽
김언희
머리 위로 철퍽철퍽 두부가 내리는데, 온 천지에 두북두북 두부가 쌓이는데, 허옇게 허이옇게 쌓여 가는데, 발이 푹푹 빠지는 두부 산정을 너는 걷고 있는데, 손바닥만한 두부가 철썩 싸대기를 후려치는데, 후려치면서, 으깨어지는데, 허연 두부살이 휘몰아치는데, 콧속으로 귓속으로 들이치는데, 두부에 맞은 뒤통수가 철퍽, 떨어져 나가는데,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희멀건 두부의 희멀건 첩첩산중,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두부 산정을 너는 걷고 있는데, 철퍽철퍽 두부는 내리는데, 쌓이는데, 까마득히 눈앞에 치솟은 희뿌연 직벽, 두부 위에 두부 위에 두부 위에 두부가 쌓여, 흔들거리는데, 이 물컹한 직벽, 푸슬푸슬 무너지면서 아슬아슬 쌓여 올라가는 직벽 아래 너는 서 있는데, 눈을 뜰 수가 없는데, 눈을 뗄 수도 없는데, 철퍽철퍽 두부는 내리고 있는데, 두부로 두부를 뭉개고 있는데, 두부로 두부를 지우고 있는데,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 졸업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등
2004년 박인환문학상 특별상, 2005년 경남문학상, 2013 이상시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