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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의 탁란 / 강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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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31회 작성일 18-01-11 10:10

본문

리의 탁란

  강희안

 

 

저 흉악한 오리는 대체

몇 개의 알이나 닭의 둥지에 숨겨놓은 걸까

까끌까끌한 보리 모개를 먹었는지

오리들이 꽤액 꽥 숨넘어가고 있다

둥근 주둥이를 벌리며 목청을 세우고 있다

가끔씩 닭의 문간에선

병아리의 부화가 시작되었는지

콕콕콕, 생명의 코크를 여는 소리, 소리

게슴츠레 눈을 뜬 병아리들이

일제히 희디흰 부리를 치켜들고 있다

그놈들은 빛을 두려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누구도 애써 눈을 감지 않는 것이다

잠시 눈꺼풀에 걸려 있던 졸음이

세계를 한 번 기우뚱거리게 했을 뿐이다

스스로 진공의 주검을 깨뜨린 자만이

온전한 몸을 얻을 수 있는 법

오리들이 구룩구룩 가래 끊는 소리를 내며

금단의 영역을 기웃대자

어미닭이 날카로운 부리로 go!gogogo!

저리 썩 물러나라고

잠시나마 서슬 붉은 눈을 부라렸던가

저리도 여린 발길질에

당찬 계관마저 조아렸던가

어미닭이 두꺼운 오리알을 쪼아대는 사이

그들은 그간 열심히 부풀린 부리로

차디찬 어둠을 베어 물 것이다

어미를 잃은 기억은

다시금 누군가의 부재로 대체될 것이다

새로 물려받은 넓적한 부리조차

곧 제 몸을 불리는 데 익숙해질 것이다

 

- 강희안 시집 오리의 탁란(2016, 미학)에서


 

  강희안.jpg

 

1965년 대전 출생

배재대 국문과 졸업 및 한남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90문학사상등단

시집으로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오리의 탁란

논저로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

공저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문학의 논리와 실제』 『유쾌한 시학 강의

편저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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