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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일기* / 김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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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78회 작성일 15-09-17 09:49

본문

애도일기*

김중일

 

 

잠든 사이 지구상에서 또 몇 명이나 떠났을까.

내 가슴으로 뛰어드는 아파트 이십층의 공중.

공중에서 날개를 베고 잠든 새처럼 밤을 보내고

오늘로 뛰어들어, 뚜벅뚜벅 걷고 있는데

눈앞에 파지처럼 공중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한쪽이 뾰족하게 불거지다가 옷이 툭 터지듯

공중에 구멍이 뚫렸다.

공기가 실오라기처럼 풀리며 바람이 불고

산들바람 사이로 나뭇가지가 펜촉처럼 불거지고

붉은 낙엽들이 줄줄 새나왔다.

계절이 바뀌고 잉크가 다 마르도록

나뭇가지는 내 이름을 공중에 썼다.

백지처럼 바스락거리는 환절기 공기 위에

풍경에 도배된 바람 한 장 위에

천천히 망설임 없이 내 이름을 썼다.

그리고 일기장의 마지막 문장에 찍힌 구두점처럼

멀어지는 작고 까만 뒤통수.

날 위해 기도하는 말더듬이 우주인.

내 몸은, 지구를 관람하다가 그만 어쩔 도리 없이

슬픔에 잠긴 우주인이 쓴 일기장.

표지처럼 내 몸을 감싼 공기를 오늘 나는 만진다.

내 살갗과 옷 사이의 얇고 엷은 공기를.

내가 일생 입고 있는 공기를.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옆 사람과 돌려 입고 돌려 읽은 공기를.

살갗과 옷 사이의 공기를 우리는 알몸으로 만진다.

자식 잃고 부모 잃고 울고 있는 몸의 리듬으로 만진다.

살갗과 옷 사이로 온종일 흐르는 울음으로 만진다.

지금도 몸과 옷 사이

첨단의 얇은 공기층을 나는 껴입고 있다.

공기층 속에는 구름과 같이 건조된

빙하 같은 우주선이 있다.

나를 나의 우주로 되돌려 보내줄 우주선.

대대손손 물려 입고 물려 읽고 간다.

말줄임표로 가득찬 말풍선을 배기구로 뿜어내며 간다.

 

 

* 롤랑 바르트,『애도일기 Journal de deuil』제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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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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