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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론 / 신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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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25회 작성일 18-02-14 15:29

본문

껍데기론

- 상록객잔

 

   신단향

 

 

1

  목욕통을 보검처럼 옆구리에 차고 상록객잔 문을 밀고 여전사들이 들어온다.

찜질에 지진 볼은 발그레하다. 객잔의 공기가 여전사들 웃음소리에 술렁거린다.

불판 위에서 열 받은 돼지껍데기가 튀어 올라 여전사의 이마에 부딪친다.

 

  피부에 좋다지만 스테미너에 더 좋아. 우리 집 무사가 껍데기 먹는 날은 검을

마구 휘둘러 내가 몇 번 죽었다 사는 날이라니까.’

 

    잠시 들썩거리던 지글거림이 숙연해지고 여전사들은 바쁘게 껍데기를 씹는다.

그녀들의 주변에는 오로라의 조명이 은은히 퍼진다.

 

2

상록객잔에 무림의 고수가 왔지.

퓨렉의 복장으로 붉은 갑각류의 쌍칼을 메고 왔지.

 

취권으로 비틀거리는 발로 쾅쾅, 마법을 전파하였지.

용암천 외다리를 건너는 나귀의 두 다리처럼 내 다리는 후들거렸고

불치의 외뿔을 휘두르는 고수의 절묘한 묘기엔

눈알이 뱅글거렸지. 쌍칼 끝에선 불꽃이 튕겨 올랐지.

 

 

3

양파 속의 질서처럼 가지런한 껍데기들의 계층인가.

고수의 곡주잔엔 무지개가 둥글게 떠있었지.

졸개는 결코 껍데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했지.

 

 

4

  날카로운 손톱으로 창자의 배알을 끄집어내야겠어. 기름지고 고소한 살코기를

익혀야겠지만 얕고 진부하니까.

언젠간 껍데기의 피비린내를 맛보여야겠어.

외줄 위의 칼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욕에 찬 배를 뽐내야겠어.

 

 

- 시사사201511~12월호

 

 


004-8.jpg

대구 출생

2012시사사로 등단

시집 고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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