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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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80회 작성일 18-02-27 09:55본문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이향아
여러 가지가 함께 좋을 때
그러나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할 때
나는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라고 한다
꼭 하나만 골라야 하므로 무수한 것을 외면해야 할 때
두 길을 동시에 갈 수 없으므로 어중간한 자리에서 길을 잃을 때
나는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라고 한다
하나의 길을 걸어서 인생을 시작하는 일
한 사람과 눈을 맞춰 살아가는 일
그리하여 세상이 허망하게 달라지는 일
눈 감고 벼랑에 서는 일 두려워 나는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라고 한다
여럿 가운데 하나만 남겨두고 모두 죽여야 하는 때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길고 낯선 이름
더듬거리는 나를 웃으려는가
잘라낼 수 없는
몰아낼 수 없는
돌아서 등질 수 없는 아픔을
지조 없다 하려는가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나 끝끝내 너 하나를 버리지 않아
이제는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겠다
- 이향아 시집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열린시학, 2009)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196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황제여』 『물새에게』 『강물 연가』 『환상일기』
필집 『혼자 사랑하기』 『아직도 기다리는 불빛 하나』
평론집 『문학의 이론』 『현대시와 삶의 인식』 『시의 이론과 실제』 등 다수
경희문학상,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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