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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김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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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70회 작성일 15-09-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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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김이강

  

 

  옥상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폐타이어였다 누가 저걸 저곳까지 옮겨다놓았을까 나는 막연히도 아버지의 은밀한 행동이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가 과연 저것을 번쩍 들어 올렸을까 그가 근육들에 의지하며 계단을 올랐을까 허리를 굽힌 채로 땀을 흘렸을까

 

  5시 44분 이상한 시각이었다 고양이가 아직 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아무런 소리도 없음을 듣는 순간 혜화는 엄마가 불러서 집으로 갔고 나는 옥상에서 홀로 타이어 위에 앉아 있다 해가 지고 있다 아무도 날 부르러 오지 않는다 아무도 날 부르러 올 필요가 없다 난 우리 집 옥상에 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도 옥상에 앉아 있는 날 상상하지 않는다 처마에 제비집이 있었지 나는 귀신이 되어버린 것만 같고

 

  아버지가 무언가를 번쩍 들어 올린다는 건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렵다 이 타이어는 아버지의 것이 아닐 것이다 이 타이어는 우리집 자동차보다도 오래되어 보인다 정체불명의 오래된 타이어에 앉아서 해가 지는 것을 본다 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고 깊은 밤이면 돌아오기도 한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저녁이면 밥 짓는 냄새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섬뜩하고 그런 아이들의 집마다 모두 옥상이 있지만 폐타이어가 올려진 집은 우리 집밖에 없고 그렇지만 우리 집은 얼마나 평범하고 조화로운 녹색 철제대문을 가졌는가

 

  나는 계속 상상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시계를 보았고 시간은 시계 바깥에서 집을 짓고 그런 곳으로 아이들이 한 명씩 옮겨지고 있는 날들

 

 

 


 

kimikang-150.jpg


 

1982년 여수 출생

2006년 겨울 시와 세계로 등단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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