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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에 앉다 / 장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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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72회 작성일 18-05-04 14:43

본문

적멸에 앉다

 

     장인수

 


자전거에

막걸리 한 병

비닐포대 두 개

낫 한 자루

된장 한 식기

꼭꼭 동여매고

밭에 가서

고추, 고구마, 열무, 참깨랑 어울리다가

출출함이 찾아오면

밭가 그늘의 적멸에 털푸덕 앉아서

막걸리를 몇 잔 마시는 거라

알타리 무를 쑥 뽑아

낫으로 껍질을 설겅설겅 친 후

깨물어먹는 거라

나무 그늘의 품은 잠시나마

별서(別墅)이며

적멸보궁인 거라



- 장인수 시집『적멸에 앉다』(문학세계사, 2017) 




janginsoo-140.jpg


충북 진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03시인세계등단

시집 유리창』 『온순한 뿔』 『교실소리질러

     『적멸에 앉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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