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티나트 / 한석호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묵티나트 / 한석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78회 작성일 15-09-24 09:11

본문

묵티나트

 

  한석호

 

 

 

말을 하러 와서 말은 하지 못하고 마음만

얼음의 변방에 내려놓습니다.

바람과 태양만이 황막한 호흡을 더듬어가는

이곳에서 나는 만트라를 외며

물끄러미 세상 밖으로 비켜서 있어야 합니다.

시간조차 읽히지 않는 이곳에서

언어들은 모래바람처럼 산산이 흩어져 증발하고

고산병 환자처럼 숨을 학학거리는

이 아득한 사유는 누군가의 죽음을 읽는 거울입니다.

바람이 나의 말들을 지웁니다.

生의 모든 인연을 경작하는 이들이 거주했던 듯

저기 소금 기둥이 보입니다,

그 아래, 뼈로 쓴 영혼의 말들이 굴러다닙니다.

일찍이 말을 씻고 은둔한 자들과

그 옆에서 마니차를 돌리던 아이의 추위를 돌보기 위해

별들은 늘 어둠 가운데서 눈뜹니다.

꿈의 사원은 설산 너머에 있고

내 사랑은 한 줌 먼지와 내통한 바람의 눈물 가운데서

책을 접습니다.

물고기 떼가 쓸쓸한 바람의 손을 거두어

제 품으로 들이는 시각,

허기와 동거하는 염소 떼가

흙먼지의 손을 둥글게 베어 먹습니다.

흙의 단단한 뿌리,

설탕조각을 입에 문 앵무새의 혀,

마지막 밤을 보낸 나이팅게일의 침묵,

벼랑 끝에 둥지를 튼 붕새,

거룩한 자의 밤은 진리를 꿈꾸는 후투티처럼

눈 밝은 이들이 초를 켜는가 봅니다.

마음을 세우고도 그 발아래 엎드려 우는 것은

흰 눈발의 오늘입니다.

말라버린 계곡의 수로를 따라 운구되는

모래 알갱이들의 장례식,

한 생이 저물 무렵이면

저처럼 계곡엔 사랑을 잃은 말들로 술렁일 것입니다.

온몸 던져 우는 룽다*처럼

계곡에서 산정으로, 산정에서 계곡으로

우우우 소리의 열차를 타고 달리는 사랑을

나는 꿈꿉니다.

동쪽에서 뜬 바람은 북쪽으로 저물고

북쪽에서 저문 바람은 동쪽에서 뜹니다.

물이 타는 곳, 불이 이는 곳,

땅에서 불이 일고 돌에서 불이 일어나는 이곳은

신들의 땅 묵티나트**.

바람과 교감하는 자들의 꿈이 영그는

이곳은 지상에서 마지막 사랑을 읽어야하는 대합실입니다.

 

   * 티베트인들이 소망을 적어 걸어놓는 오색 비단 천.

  ** 해발 3,800m,네팔인들이 살아생전에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불교 성지 묵티나트 사원이 있는 곳.



 

 

 

경남 산청 출생
2007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 수상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집『이슬의 지문』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5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5 0 04-12
3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8 0 04-12
3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6 1 04-11
3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3 0 04-11
3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5 0 04-08
3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6 0 04-08
3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8 0 04-07
3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2 0 04-07
3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1 0 04-06
3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9 0 04-06
3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5 0 04-05
3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2 0 04-05
3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9 0 04-04
3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2 0 04-04
3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3 0 04-01
3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6 0 04-01
3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6 0 03-31
3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6 0 03-31
3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5 0 03-30
3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1 0 03-30
3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1 0 03-29
3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8 0 03-29
3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3 0 03-28
3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8 0 03-28
3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8 0 03-25
3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0 0 03-25
3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1 0 03-24
3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7 0 03-24
3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4 0 03-23
3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9 0 03-23
3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8 0 03-22
3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0 0 03-22
3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1 0 03-21
3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4 0 03-21
3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5 0 03-18
3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0 0 03-18
3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2 0 03-17
3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4 0 03-17
3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8 0 03-16
3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6 0 03-16
3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9 0 03-15
3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8 0 03-15
3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9 0 03-14
3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4 0 03-14
3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8 0 03-11
3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7 0 03-11
3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1 0 03-10
3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6 0 03-10
3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0 0 03-09
3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3 0 03-0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