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골목 / 최연수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재봉골목 / 최연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4회 작성일 18-06-20 09:51

본문

[2015 영주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재봉골목

 

    최연수

 

시접 좁은 집들이 답답한 그림자를 벗어놓은 골목

봄볕이 은밀한 속살까지 훔쳐보자

눈치 빠른 꽃다지가 보도블록 틈으로

한 뼘 여유분을 풀어놓는다

걸음들이 서둘러 시침과 박음질을 오가고

안경 쓴 민들레가 골목입구부터 노란 단추를 채운다

  

꼬박 달려온 노루발이 숨을 고르는

지퍼 풀린 시간

바짝 죄던 마감이 커피를 뽑아 내리면

잠시 농담 속을 서성이는 슬리퍼들이 붉은 입술을 찍는다

  

고단한 품이 넘쳐 돌려막기에 바쁜 카드들

골목이 느릿느릿 바람 쐬러 나가면

쪽창을 열어젖힌 채 갖가지 공정에 바쁜 꽃밭,

마감에 채 눈꼽을 떼지 못한 꽃도 있다

  

뒤집은 오후에 납기일을 접어 넣고 체불을 오버로크해도

자꾸만 뜯어지는 생의 밑단들

한 톨 한 톨 땀방울을 꿰면

낡은 목장갑처럼 올 풀린 하루도 말끔해질까

  

손이 입을 먹여 살리는 골목

날짜는 지문 닳은 둥근 거울 속에서 풀리고

한겨울 맥문동처럼 쳐져있던 사람들 다시,

하청으로 일어선다

   

[당선소감]

가 곁이 된지 오래입니다.

껴안고 쓰다듬어 키웠지만 늘 이름 하나 붙여주지 못했습니다.

 

유산流産된 생각들은 어디론가 구름처럼 흘러갔습니다.

수없이 만났던 좌절, 제게 주어진 무게를 습작이란 이름으로 위로했습니다.

문턱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끝이 없는 터널에서 다짐으로 출구를 향해 걸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쁘고 감사한 시간입니다.

이제 이름 하나 붙여 세상으로 보냅니다.

기도로 힘을 주신 마경덕 선생님, 숨 가쁜 길에서 손을 맞잡아준 문우님들 고맙습니다.

심지에 불을 붙여주신 심사위원님과 귀한 자리를 마련해준 영주일보에 감사드립니다.

긴 시간 믿고 기다려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다시, 겸손하고 치열하게 시의 길을 가겠습니다.

 

 

 최연수.jpg

 

2015<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5시산맥등단

7회 철도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1 01-08
28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1 01-08
28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1 01-06
28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1 01-06
28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0 1 01-06
28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6 1 01-04
28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1 01-04
28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1 01-04
28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7 1 01-03
28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1 01-03
28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2 01-03
28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9 1 01-02
28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1 01-02
28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1 01-02
28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 01-01
28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7 1 01-01
28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8 1 01-01
28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1 12-29
28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0 1 12-29
28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7 1 12-29
28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4 1 12-28
28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3 1 12-28
28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1 1 12-28
28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7 2 12-26
28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1 12-26
28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1 1 12-26
28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5 1 12-22
28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7 1 12-22
28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8 1 12-22
28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0 1 12-21
28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7 1 12-21
28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4 1 12-21
28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2 1 12-20
28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6 1 12-20
28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6 1 12-20
28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2 2 12-18
28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7 1 12-18
28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1 12-18
28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2 5 12-16
28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3 1 12-16
28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6 1 12-16
28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8 1 12-14
28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1 1 12-14
28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1 12-14
28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1 12-13
28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1 12-13
28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1 12-13
28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4 1 12-11
28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9 2 12-11
28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1 12-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