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풍장 /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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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2회 작성일 18-06-20 10:56본문
이름의 풍장(風葬)
김윤환
이름은 원래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본명의 어깨에 견장처럼 올라 앉아 평산을 넘어 악산을
넘어 구름에 손닿을 듯 산을 오르던 예명이 있었다 험산계곡의 바쁜 물줄기 천둥을 따라
아래로 치닫는 밤에 하구(河口) 어디쯤에서 마침내 호명(呼名)에 귀 막고 하얀 포말로 흩어진
이름이 있었다 예명은 상등을 켜고 본명의 장례식을 호상처럼 치루고 있었고 문상객은 저
마다의 이름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음으로 향으로 남은 예명도 본명을
따라 마침내 하늘로 떠났으리라 이름은 이제 위패를 장식하는 작은 표식으로만 남았다 이름은
원래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 김윤환 시집 『이름의 풍장』(애지, 2015)에서
1963년 경북 안동 출생
1989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이름의 풍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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