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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로 떠나다 / 이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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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47회 작성일 18-06-22 08:50

본문

빈 배로 떠나다

 

    이도화

 

 

첫눈이다. 새색시 슬픈 미간 위로

서설이 내리고

연습선 은빛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상선 거친 뱃길로 나가는 날

 

눈발은 그칠 줄 모르고

나의 좌표마저 덮고 표류하는 포항 부두

선원들의 흔들리는 눈이 묻고 있다

왜 난바다에 나왔소?

 

본선本船은 외항 멀리 보이지도 않는데

발없는 통선通船 선실,

누런 담뱃진은 떠나는 자들의 머뭇거림

밤새 뒤척였을 수평선도

네 자리가 비어 있다, 돌아가라 떠보지만

 

과거는 떠난 부두

미래는 한 줄 다짐에 불과해도

현재는 출항 15분전, 모자를 고쳐 쓸 때

폐부를 찌르는 긴 뱃고동 소리

 

놓칠세라 떠난다

실을 화물, 도착 항구, 입항 일자도 모르는

공선空船 항해*

절박한 낙관으로 간다

 

* 계약이 예상되는 해역으로 빈 선박을 이동시키는 항해

 

 

- 이도화 시집 출항(세종출판사, 2017)에서

 

 

이도화.JPG

1955년 경북 달성 출생

한국해양대, 메사추세츠 주립대, 퍼듀대 졸업

2017부산시인, 부산시조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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