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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감정 / 박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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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45회 작성일 18-07-03 10:18

본문

 

의 감정 

 

   박춘석

 

 

옷은 꽃을 불러내는 하나의 소리다
옷과 나는 양면성이 아니다
안과 밖 혹은 꽃과 질료다
옷은 분리형의 나다
옷의 가식성은 나의 가식성이다

옷이 나의 긴 겨울잠을 깨어나게 한다
분주히 봄으로 향하게 한다
나는 옛날에서 나타나거나 미래에서 나타난다
옷의 손길에 이끌려 이상적인 세계로 향한다

나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낯선 꽃을 갈망한다
때론 백합 때론 들국화 때론 밤에 피는 꽃

아침이 아니어도 해가 진 밤이어도
옷은 꽃의 방식으로 피어있다
옷마다 빛깔과 향기가 다른 꽃을 분한다
오늘 입은 옷은 우울함을 넘어 비극적인 꽃
망자를 배웅하는 길 위에 피고 있다
나의 진실을 변명하는 무채색 꽃을 분하고 있다

나를 추종하는 나의 옷들
옷은 꽃의 현상 꽃의 사태다
빈틈없이 옷을 입었지만 감정이 줄줄 새어 나온다
바람이 옷에게 나의 날개를 명한다
나의 색깔 나의 향기를 명한다
자주 거울을 보며 나의 꽃을 돌본다

헤아릴 수 없는 옷들을 입어보고도
아직 꽃의 열망이 시들지 않고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 꽃이 많아 또 새 옷이 필요하다 


 

 

경북안동 출생
2002년 《시안》등단
2013년 요산문학상 수상
 시집『나는 누구십니까?』『나는 광장으로 모였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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