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 /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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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1회 작성일 18-07-12 11:29본문
넙치
박성현
넙치가 좌판에 펼쳐져 있다 한 발은 바닥을 딛고 또 한 발은
계단을 오르는 자세다 태어나면서부터 굳어가는 두 팔을 겨우
흐느적거리고 있지만, 마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어깨에 걸쳐
맨 공구박스 속에서 붉은 칸나가 녹았다 두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의 찌꺼기들, 넙치는 열쇠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주머니에
넣었다 계단이 접힌 곳에 슬그머니 죽은 앵무새를 놓았다 골목
에는 버려진 신발이 가득했다 벗겨진 가면처럼 웃으며 밤의 가장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 박성현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문예중앙, 2018)에서
1970년 서울 출생
2009년 중앙일보 등단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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