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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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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30회 작성일 18-07-27 14:05

본문

 측은하고, 반갑고

 

   한영옥

 

 

딸 많은 우리 어머니

이 딸에겐 저 딸 얘기

저 딸에겐 이 딸 얘기

점잖으신 우리 어머니도 그러시던 걸

이 사람에게 저 사람 흘리고

저 사람에게 이 사람 흘리고

사람이 모질어서 그런 것 아니라네

말이라는 게 원래 정처가 없다네

오래전 고향을 잃었다는 낭패감에

외롭고 허전해서 불쑥불쑥 앞질러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는 것이네

모르는 새 앞지른 말 놓쳐버리고

울상 지으며 안절부절하는 이여

괜찮네 본심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네

우리의 말, 늦가을에 다시 피어나는

봄꽃처럼 얇아서 늘 조마조마하던 걸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안타까운 주름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네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맙네

 

-《문학동네100호 시인선 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에서


  

 

hanyoungok-150.jpg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73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적극적 마술의 노래』 『처음을 위한 춤』 『안개편지

비천한 빠름이여』 『아늑한 얼굴』 『다시 하얗게

1997년 한국예술비평가상, 2000년 천상병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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