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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증명 /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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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95회 작성일 15-10-02 10:27

본문

고통의 증명

 

   이병국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다른 곳의 다른 곳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갈라진

 

최초의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된

한 뼘의 세계

 

불가능한 정리를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거짓의 논리처럼

무너진 토대를 걷는 칼날처럼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는 버스처럼

뜨거운 순간을

간결하게

감당하기로 한다

 

발목을 노출당한 이가

별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몸을 견디고 있다

 

증명할 수 없는 확률로 위로가 멀어진다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서 고스란히

오려진 한 뼘

 

나는 익숙하게 흐려진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익숙한 통증이고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

 

건널목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뒷모습이 전부인 다른 곳의

다른 곳



 

 

1980년 강화 출생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한국학과 수료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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