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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탕 /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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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9회 작성일 18-08-07 09:46

본문

문어탕

 

     김상미

 

 

연포탕과 비슷한 문어탕을 먹는다

문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중 생물

무수한 빨판이 박힌 여덟 개의 통통한 다리와 둥근 몸통 하나

문어 그림으로 미술상을 받은 있듯이

문어는 너무나 단순해서 그리기도 쉽다

다른 아이들은 징그럽다고 그리지 않는 문어를

나는 새보다도 고양이보다도 그린다

언젠가 바위틈에 붙어 있는 어린 문어를 잡은 적이 있다

축축하고 놀라운 빨판의 힘에 놀라  

다시 바다 속으로 풍덩 던져버렸지만  

그때의 촉감, 흡착력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안간힘이라는 걸까?

처음엔 나도 외계인 같은 문어가 무섭고 징그러웠지만

어떤 식으로든 살려준 것들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후로 나는 문어가 좋아졌다

제사상에 오른 마른 문어는 언제나 몫이듯

문어는 오징어보다 낙지보다 주꾸미보다 훨씬 식감이 두툼하고 맛있다

그런 문어를 구약성서 레위기에선 부정한 짐승이라 하고

북유럽 사람들은 악마의 물고기라고 했을까?

단지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싸잡아 폄하해도 되나?

나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어도 그들이 혐오스럽지 않다  

문어, 오징어, 뱀장어, 가오리, 해삼, 멍게, 개불, 등등

싱싱한 바다 냄새 나는 것이라면 무조건 좋다  

그중 문어가 정이 가고 좋은

문어는 아주 짧게 산다는

그리고 평생 문어와 격렬하게 짝짓기

새끼들을 보기도 전에 죽어버린다는

그래서 가족 개념이 없다는

머리가 아주 좋고 피부가 색소체로 되어 있어

움직일 때마다 색색의 불꽃놀이를 펼쳐 보여준다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처럼 맹랑하게 생겼음에도

물속에서 몸을 펴고 있을   

마치 춤추며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그보다 좋은 줄행랑을 때마다 내뿜는 새카만 먹물!

언젠가는 먹물들을 모아 잉크로 사용하면

틀림없이 새카만 , 새카만 구름이라는 멋진 시가 탄생할거야

그런 꿈같은 망상에 해롱해롱 젖으며

연포탕을 닮은 문어탕을 먹는다  

잔인할 정도로 쫄깃쫄깃 맛나게 꼭꼭 씹어 삼킨다

 

    - 계간《창작과비평2018년 봄호

 

 

kimsangmi-siwapyohyun.jpg

 

1957년 부산 출생

1990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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