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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 /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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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37회 작성일 15-10-02 10:31

본문

좋은 사람들

 

이현승

 

 

누군가 일요일의 벽에 못을 박는다.

텅텅 울리는 깡통처럼

인내심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일요일의 벽에 박힌 못은

월요일의 벽에도 여전히 매달려 있고

화요일의 벽에도 균열은 나아가겠지만

 

이웃은 누구인가?

이웃은 냄새를 풍기는 자이며,

이웃은 소리를 내는 자이고

그냥 이웃하고 사는 자일뿐인데,

 

좋은 이웃을 만나는 일은

나쁜 이웃을 만나는 일처럼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누가 이웃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좋은 이웃으로 남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웃에게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또 감정이 있다.

일요일의 이웃은 냄새를 피우고

월요일은 소리를,

일주일은 감정들로 가득해

두드리고 두드려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우리는 틈이 갈라지는 벽을 이웃하고 있다.

냄새와 감정을 나누는 이웃이 있다.

못과 망치를 빌리러 갈 이웃이 있다.

이웃에게 못과 망치를 빌리러 가자.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1996년<전남일보>신춘문예 당선
2002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 수상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친애하는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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