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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공원에서 /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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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1회 작성일 18-09-05 08:53

본문

사슴공원에서

 

    고영민



공원을 한바퀴 도는 동안

계절이 바뀌었다

어디까지가 여름이고 어디서부터가 가을일까

누가 벗어놓은 신발을 돌려놓았다

오늘 나는 아주 먼 곳에 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은

침엽수처럼 무표정하다

젊은 어느날의 책 속처럼 지금도

사슴공원 어딘가에선

사랑이 생기고, 비가 내리고

멀리 빈 들판엔 철새가 돌아온다

누가 구름을 사라지게 하고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나

투명 비닐봉지에 금붕어를 담아 들고

한 소년이 급히 어딘가로

달려간다

공원에 잇닿아 있는 장례식장 마당에서

어느 가족이 늦은 상복을 갈아입고 있다

사슴 울음소리[鹿鳴*]를 들으며

나도 서둘러 당신에게 가야 한다

사랑이 식기 전에

밥이 식기 전에

 

 *녹명(鹿鳴) :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배고픈 다른 사슴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

 

고영민 시집 사슴공원에서(창비, 2012)에서

 


 


1968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구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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