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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 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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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3회 작성일 18-10-05 09:00

본문

진화론

   정다혜

 


늑골에서 떼어낸 연골로

새로 콧대를 만들었다.

늑골이 코로 진화해 오는데

정확하게 세 시간 걸렸다.

나에게 세 시간이라면

시 한 편을 쓸 시간

교통사고로 지워졌던 내 코가

복원됐다. 아니 이건 진화

어둔 내 몸속에서 웅크리고 살았던

늑골의 순한 뼈가 몸 밖으로 나와

콧대를 세우며 살게 된 것은

이건 분명한 진화다. 늑골이 코로

진화해서 처음 맡은 냄새는

제 살의 상처에서 나는 불 냄새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피의 냄새.

진화론의 이름값하기 위해

나의 코는 세상의 지저분한 냄새까지

다 맡으며 살아야 할 것이지만

세 시간, 내 코가 복원되는 동안

나의 피눈물도 시()로 진화했다.

 

- 정다혜 시집 『마지막 출근 (문학의전당, 2014)에서

 

 

jungdahye-140.jpg


1955년 대전 출생

2005열린시학등단

시집 그 길 위에 네가 있었다』 『스피노자의 안경』『마지막 출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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