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는 연못 / 박수현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두워지는 연못 / 박수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1회 작성일 18-10-08 09:13

본문

어두워지는 연못

      박수현

 


이사를 앞두고

묵혀 두었던 부부용 긴 베개를 버린다

두런거림을 시침질했던 흰 속청은 얼룩지고

속을 채웠던 메밀 알갱이는 푸슬푸슬 부서지는데

베갯모 속 두 마리 원앙은 여전히 흔들리는 물결 위에 떠 있다

연못에 잠긴 버드나무의 푸른 파문이

정갈한 이음수의 단잠을 허무는 동안

베갯모 테두리의 예서체 청홍 목숨 수(壽)자가

유록빛 수면 위에서 귀가 먹어가는 동안

자줏빛 날개를 펼친 수컷과 다소곳한 암컷의

어깨가 당초구름문 밴 자련수 물풀 사이 반쯤 접혀져 있다

함께 살 셋방 얻느라 미리 당겨 쓴 20개월 계금을

꼬박꼬박 부어 나가야 하듯

일생 상대에게 붓는 사랑의 양도 서로가 다르지 않은 것이라면

저 연못으로 한 땀 한 땀 흘러든 햇살과

장대비와 석 달 열흘 가뭄을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생이 달의 속눈썹을 족집게로 뽑을 때마다

물속에 거꾸로 처박히는 원앙의 고약한 비명소리가

캄캄한 그늘을 제 몸에 새기며

소금쟁이처럼 바삐 미끄러져 간다


늦은 오후, 암초록 깊어지는 연못은

물결을 골라 올올히 현을 뜯듯

원앙 한 쌍을 떠받들고 수면에서 굴절된 빛은

간신히 서로를 참아주느라

자글대는 눈가를 새털수, 속수, 매듭수로 꿰매듯 수놓고 있다

 

   —《미네르바》2012년 여름호


112.jpg


 2003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공저 시집 관계에 대한 여덟가지 오해』『티베트의 초승달』『밍글라바 미얀마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515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32 2 07-19
15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 0 20:53
15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 0 20:49
15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0 01-16
15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1-16
15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1-16
15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 01-15
15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1-15
15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1-15
15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1-14
15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1-14
15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 01-10
15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 01-10
15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1-09
15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1-09
15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1-09
14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1-08
14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1-08
14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1-08
14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01-07
14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01-07
1494
소통 / 이 채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 01-04
1493
내 죄 / 이 성 댓글+ 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 01-04
14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 1 01-04
14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01-03
14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1-03
14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1-03
14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1-02
14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0 01-02
14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1-02
14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1 12-31
14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2 12-31
14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12-31
14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 12-27
148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12-27
148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12-27
147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2 12-26
147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12-26
147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1 12-26
147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 12-24
14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12-24
14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 12-24
14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0 12-20
14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 12-20
14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12-20
14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 12-19
14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12-19
14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12-18
14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 12-18
14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12-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