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 전에 / 윤의섭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9회 작성일 18-10-15 09:08본문
비가 오기 전에
윤의섭
연인을 보내고 나는 아프다
이제 얼마나 많은 일이 생길지 지평선에서 비구름이 몰려오는 사이
추락 가까운 단풍잎이 가장 먼저 흐느낀다
물기를 머금은 바람 더 가지 못하고 쓰러진다
서서히 어두워진다
저토록 슬픈 마중 저토록 속절없는 임종 저토록 불길한 전조
쏟아지는 빗줄기에 갇혀 서서히 지워지면
그렇게 무너진 저녁 속에 녹아들면
헤어날 수 있을까 아프지 말았어야 했던 것일까
조금 젖을 뿐이라고 다 아는 듯 위로했지만
예언자여 이미 젖은 배는 가라앉을 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잠잠할 때도 있었다
잠시나마 행복했었다
나는
세상이 숨죽이고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멀리서 고해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더 멀리서 파도 같은 신음이 들린다
한 사람만 빼고 비구름은 그 모두를 몰고 온다
ㅡ윤의섭 시집『묵시록』(민음사, 2015)
1968년 경기 시흥 출생
아주대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4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마계』.『묵시록』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