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 그라운드 / 문보영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베틀 그라운드 / 문보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9회 작성일 18-10-17 14:32

본문

베틀 그라운드


     문보영



   원을 향해 뛴다. 우리는 긴 나무다리를 건넌다. 꿈 바깥에서 모기에 물렸으므로 꿈 안에서 발바닥을 긁었다. 길고 좁은 나무다리를 건너며 발바닥을 긁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는 뒤돌아본다. 무서워하지 마, 네가 말한다. 너와 나는 같은 편이지만 너는 나의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저기, 사과나무가 있다, 나는 말한다. 내가 그 말을 하는 것은, 나와 관련된다고 해서 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며 나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내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을 향해 뛴다. 우리는 뛰어야 한다. 나는 문득 주저앉는다. 사과나무 아래. 너는 내게 말한다. 죽으면 경기를 관찰할 수 있다, 죽으면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고. 우리는 원을 향해 뛴다. 원은 어디에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생기고, 여기에는 약간의 운이 작용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곳에 원이 생기면, 움직일 필요가 없지만, 원은 늘 우리 바깥에 존재하므로 우리는 뛴다. 널 사랑해, 널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그런 말도 할 줄 안다. 나는 꿈을 꾸며 꿈에서 내가 소외되는 상황을 즐길 줄 알기 때문에. 원 바깥에 오래 있으면 체력이 닳고, 너무 오래 밖에 있으면 결국엔 아파서 죽어버린다. 죽기 싫다면 원 안으로 들어가야 하며 체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땅에서 뭔가를 줍고 그것을 먹어야 한다. 난 죽고 싶지 않다. 난 아프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날 아픈 사람으로 생각해주는 건 좋다. 내가 죽자 너는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으면서 달린다, 라는 문장을 떠올리다가, 날아가는 새는 닫힌 창에 부딪히지 않고 창을 통과한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생각이 옮아가고, 그 생각은, 창문이 없는 세상에서 창문에 부딪힌다면 그건 네가 새라는 증거다, 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나의 시선은 네 어깨에 가닿는다. 두꺼운 사전에 꽂아둔 낙엽처럼 잘 바스러지는 어깨다. 그, 어깨에 상처가 있다. 급하게 쓰고 온 모자처럼 생긴 상처다. 상처는, 일관성이랄 게 없으므로 아무렇게 묘사해도 괜찮다. 어쩌면 너무 이해하고 있다는 게 병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말한다. 다시, 사과나무 아래, 내가 있다. 너, 나무 아래서 회복되는 중이니? 라고, 너는 말하지 않고, 넌 그냥 죽어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너는 말하지 않고, 나는 가만히 주저앉아 있을 뿐인데,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거기 사람 있어, 라고 너는 말한다.

 


ㅡ『문학동네』(2018, 여름호)


문보영프로필1_m (1).jpg

 

1992년 제주 출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

시집 『책기둥』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45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38 2 07-19
16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 0 09:23
16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 0 09:16
16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4-19
16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4-19
16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4-19
16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4-18
16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4-18
16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4-18
16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04-16
16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2 04-16
16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16
16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1 04-15
16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4-15
16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4-15
16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4-12
16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04-12
16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04-12
16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 04-10
16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4-10
16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0 04-09
16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4-09
16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4-08
16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4-08
16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4-08
16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 04-05
16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04-05
16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4-05
16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0 04-04
16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04-04
16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4-04
16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4-03
16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 04-01
16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4-01
16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4-01
16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 03-26
16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 03-26
16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 03-25
16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 03-25
16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0 03-25
16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 03-20
16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 03-20
16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3-20
16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03-19
16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 03-19
16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1 03-19
15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 03-18
15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3-18
15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3-18
15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 03-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top@hanmail.net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