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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정치적 입장 / 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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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7회 작성일 18-10-18 08:53

본문

개의 정치적 입장


     배한봉




개들이 짖는 소리를

개소리라 한다.

그것은 개들의 대화이기도 하고

개들이 달을 보고 하는 뻘짓이기도 하다.

 

사람끼리 가끔

개소리한다고 할 때가 있다.

사람 안에 개가 들었다는 말이다.

 

개들도 그럴 때가 있을까.

개 안에 사람이 들어

울부짖으면

사람소리 한다고 개들끼리 수군거릴까.

 

그러면 그것은,

욕설일까,

정치일까,

철학의 한 유파를 형성할 수 있을까.

 

벽에는 커다랗게 얼굴 사진을 새긴 포스터가

일렬횡대로 붙어 웃고 있다.

 

벽보 앞을 지나가다 나는

개 짖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정치적 혐오일까, 무관심일까, 참여일까.

골목 앞, 신들린 무당집 개가

아무나 지나갈 때마다

컹컹컹, 컹컹 자꾸 묻는다.


시사사》(2018년 9-10월호)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흑조 』『우포늪의 왁새 』『악기점 』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 『주남지의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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