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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사과는 다시 먹을 수 없다 /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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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18-10-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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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사과는 다시 먹을 수 없다

 

    김 완

 


며칠째 사과를 방에 버려두고 있다

군데군데 짓무른 곳이 생긴다

 

숨겨 놓은 칼을 찾아 어렵사리

짓무른 부위를 도려내고 사과를 깎는다

 

부패한 냄새가 나지만 한 입 베어 문다

사과를 씹으며 맛을 음미한다

오래 음미하지 못한다 더는 먹지 못한다

 

상처 난 부분을 도려내도 사과에는

이미 부식의 기운이 꽉 차 있다

 

상한 영혼처럼 잠복되어 있던 슬픔과 분노가

사과를 뛰쳐나와 온몸으로 말한다

뜨겁고 기쁘고 슬프게 저를 증언한다

 

삼라만상에는 마지막이 없다지만

이미 상한 사과는 다시 먹을 수 없다

그리움이 끝내 소실되면 그게 곧 죽음이다

 

 

김완 시집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천년의시작, 2018)에서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2009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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