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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말하는 사람 / 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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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4회 작성일 18-10-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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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말하는 사람


   오 은


  ㅇ는 꼭 세 번씩 말했다 그의 입에서 같은 말이 속포처럼 작게 세 번 흘러나올 때 사람들은 크게  
한번 놀랐다 같은 말을 연속해서 듣는 것이 고역이었다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라니!
혀가 짧아서, 속사포의 성능이 좋지 않아서, 단어의 시작과 끝이 토마토나 아시아처럼 같은 음절이
어서 어떤 말은 세 번 말해야 상대가 겨우 알아들었불발이 된 단어는 늘 부끄러웠다

  김치볶음밥에 어떤 재료를 추가하고 싶으신가요?
  피망, 피망, 피망
  말할 때 너무 열을 올려서 그런지 세 번째 피망은 피멍처럼 들리기도 했다 놀란 종업원이 조건반사
처럼 고개를 세 번 끄덕였다 덕분에 피망 볶음밥에 가까운 김치볶음밥이 나왔다

  한 번만 말하면 의심스러웠다 뜻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상대가 말을 제대로 듣긴 했는지 간파할
수 없었다 파열음이나 마찰음이 섞여 있기라도 하면, 한번 만에 의사를 전달하는 건 불가능했다
두 번을 말하면 상대가 의심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꼭 두 번을 말한다고 했다 사기꾼들은 보통
신을 심어주기 위해 두 번 말하지 투자하세요, 자하세요 수익이 납니다, 수익이 납니다

  과감하게 투자하실 건가요?
  수염, 수염, 수염
  수익이 나는 걸 기다리느니 수염이 나는 게 빠르겠다고 답하려다 실패했다 웃음이 났는데 참다 보니
눈물이 났다 속사포의 방아쇠는 총알의 일부만 견인할 때가 많았다

  세 번씩 말하면 사람들이 집중했다 세 번 말하는 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간절한가 봐,
강조하고 싶은가 봐, 각인시키기 위해서인가 봐, 봐,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잖아!
세 번째 말할 때 입천장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식욕이 돋았다 무조건반사처럼 천장에서 단비 같
침이 쏟아졌다 ㅇ는 그것을 다시 식도 뒤로 꿀꺽 삼켰다

  저녁에는 무엇을 드시고 싶습니까?
  차장면, 자장면, 짜장면

  속사포에서 파찰음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창작과 비평2018년 봄


 

80051635_1.jpg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현대시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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