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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길의 마디를 찾고 있다 / 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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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3회 작성일 18-11-20 11:27

본문

끊어진 길의 마디를 찾고 있다

   김영미

 

 

버스를 놓치고

잠시 길이 끊어지고

그녀는 멈추었다

기대고 섰던 공간 몇 개

사각으로 비껴 선다

순발력있게 탑승해버린

그녀의 목적지가 멀어져가고 있다

길들이 망설이는 사이

도로변 윈도우,

환한 불빛을 들고 달려 나온다

그녀는 금새 진열되고 만다

바튼 발 사이

보도 블록 한 칸이 주목받고 있다

세상의 각도를 실루엣으로 처리한 채

그녀는 천천히 인도로 올라선다

지나가던 바람이 길을 흔들어

그녀를 섞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

공모를 시침떼고 이제

그녀는 물러섰다

떠나는 자와

떠나려는 자를 보고 있다

정류소 노선 목록을 훑으며

가야할 길 위에 놓인

자신의 목록을 읽고 있다

끊어진 길의 마디를 찾고 있다 

 

김영미 시집 비가 온다(한국문연, 2004)에서



 

김영미.jpg


부산 출생

1998시와사상으로 등단

2004년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 비가 온다』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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