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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정원 / 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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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0회 작성일 18-11-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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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정원

편두통

 

유정이 

 


머리 밑이 아파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요

송곳 같은 통증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

발을 거는 계속 고꾸라지는 이런, 미친!

닫힌 문을 두드리는 바람 이런,

죄의 뿌리 같기도 한 환한 것이

자꾸 손을 타고 올라와요

 

파란색 팔뚝을 베고 잠을 잔 일이 있어요

잠아, 나를 데리고 멀리 가 돌아오지 말아라

선잠 자는 아이가 자꾸 문을 나오고

닫힌 문을 두드리며 울음을 깨워요

 

손가락을 내주고 손을 걸고 빈손을 두드려 만든

손가락 정원에 풀이 무성해요

저녁 쪽으로 다리를 뻗는 침묵

 

이렇게 오래 서 있다가는 하얗게 바래고 말거에요

나무에 목을 매단

그림자의 시간이 깊어가요 너라는

정면은 못 본 것이 아니고

안 본 것

 

나라는 정면은 안 본 것이 아니고

못 본 것

 

머리에 박힌 못이 자꾸 손가락을 찍으며 올라와요

 

1963년 천안 출생
1986년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1993년 월간 《현대시학》등단
1999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시집 『내가 사랑한 도둑 』『선인장 꽃기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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