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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속에서 반지가 나왔네 / 정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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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9회 작성일 15-10-14 09:16

본문

케이크 속에서 반지가 나왔네

 

  정 온

 

새들이 모조리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날개가 투명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어머, 하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우리는 반지 속에 꼭 끼였는데

 

열매나 벌레 대신 커피나 와인 따위 홀짝대며

아랫도리와 식기를 공유하는 지루함이

조건이었다

 

온전해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투명성은 늘 제고되어

일 년에 세 번 꽃을 사야 하며

서로의 모이주머니를 들여다봐도 된다는 계약

 

케이크를 자르는 순간

케이크 조각처럼 뾰족하게 잘라지고 뭉개지기

시작하는 게 위반일까

 

열어젖힌 창문에서

떨어질 때라야

투명테이프가 반지인 줄 알게 된다는데,

 

또 누가 창문을 열어젖힌다



 

 

1966년 전북 김제 출생
2008년 《문학사상》등단
시집『오, 작위 작위꽃』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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