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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험 / 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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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72회 작성일 18-11-26 09:50

본문

오늘의 경험  

 

     강윤미


 

  그러면서 매력적이다

  폭설에 갇힌 동물원은 생각만으로

 

  왼쪽 콧구멍에 눈 뭉치가 들어가 코허리가 시큰해진 하마

  기린의 무늬를 기억하며 녹는 눈

  며칠째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동물원

  눈을 맞으러 따뜻한 나라에서 온 것 같은

  착각을 하는 어리둥절들

 

  치타의 속도 속으로 달려 들어간 눈이 치타에게

  고양이 엄마와 호랑이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의 사슬에 빠져들게 한다

  낮에 등 위로 내린 흰 눈이 밤이 되어 까맣게 변했는데

  아침이 되어서도 아침으로 돌아오지 못한 어떤 시차 때문에

  얼룩말은 얼룩말이 자신의 이름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모 네모 동그라미의 똥이 뭉쳐 있고

  길고 짧고 뚱뚱하고 날씬한 종자들이 모여 있으며

  사납고 연약하고 보호하고 보호받는 성격들이 웅성웅성,

  온갖 울음소리들이 합쳐지고 쪼개지고

  다시 부서졌다 사라지기도 하는 경험이

  눈에게는 기이한 풍경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고

  몸이 돌돌 말린지도 모른 채

  사각의 거울 속에서 조련을 당한다

  잠에 갇혔다가 깨면

  우스꽝스러운 거죽을 입고 앉아 있는 내가 낯설다

  길들여진 거울 위로

  꽁꽁 얼어버린 머리카락이

  고드름처럼 돋아난다

 

  앞머리까지 뒤로 넘긴 얼굴은

  뒤통수가 생기기 전 태아의 몰골일까

  조금 더 일그러져야 할까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시차의 값으로

  미용사에게 돈을 지불한다

 

  미용실에 다녀왔을 뿐인데

  동물원이 온데간데없다

  


 ―계간 《리토피아》(2016. 겨울호)에서



kym.jpg

 

1980년 제주 출생
원광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중
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7년 광주일보 문학상 수상
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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