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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속의 잠 / 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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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18-12-04 09:56

본문

새장 속의


  이민하

 

 고양이를 키우면 자다가도 밤눈이 떠지고

개를 키우면 컹컹컹 짖다가도 꼬리치는 고독이 생겨나고

 

물고기를 키웠다

물속에서도 익사하지 않는 확신으로

 

사람들 속에서도 압사하지 않는 믿음으로

 

낡은 상자 안에 웅크린 긴 꼬리를 끌어내고

공원으로 시장으로 목줄을 차고 다니다가

 

어느 날 유리어항 속에 둥둥 떠 있는 마음을

한 마리씩 건져내 봉지에 담았다

 

귀신을 기르려고

밤의 수도꼭지도 유방처럼 부풀었다

한 방울 두 방울 어둠은 뚝뚝 흘러서

 

그림자를 덮으려고 더 검은 악몽을 길렀다

더 낯선 인형을 기르고 더 많은 혼자를 길러서

 

빈 새장 안에 누워 있었다

책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 나오지 않는

그런 이야기를 길렀다

 

발코니에서 길러지는 향기들이 역병처럼 떠도는 골목에서

 

저녁이면 불붙은 심장 하나가 서쪽으로 던져졌다

새는 날아가면서 타 버린다

 

 

            ⸺격월간시사사20187-8월호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음악처럼 스캔들처럼』『모조 숲』『세상의 모든 비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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