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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기교 / 서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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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1회 작성일 18-12-04 10:01

본문

초절기교 超絶技巧*


   서윤후



1.

매일 계속 무거워지는 문

내가 나갈 수 있는 날이 몇 번 안 남았다는 듯이


부서져야 비로소 흩날릴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쓴다

뼈로 시작해서 뼈로 끝나는 마디

유령은 자신을 위한 세레나데인 줄 알고 영혼을 흘리며 다니다가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본다

더러운 눈송이

더는 간직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희망은


2.

한 꺼풀 멀미를 벗겨내면 다시 오고 싶어지는 바다

방 하나 출렁일 자신 없는 파도와

바캉스가 까마득하게 잊은 나


이 측은한 풍경화가 걸려 있는 가건물과

눈길만 주고 가는 폐업 신고자

눈보라를 뚫고 사라지는 개


이것은 해골 속 모퉁이의 풍경


3.

지혜로운 인간은 벽을 오릴 줄 안다

제 키보다 큰 문을 짓고자 하는 서글픔으로

잡아본 가장 따뜻했던 손을 본떠 손잡이를 만드는 수리공은

이제 글썽거리지도 않는다

나의 문은 통과의례처럼 차갑게 식어가고

무겁게 어색해지는 것으로 잠기는 장치


실내 안의 실내 안을 실내가 장악할 수 없을 때까지

나는 눈을 감고 터널을 지어 통과하고

운전 미숙으로 교통대란을 일으키며

밤새운 파수꾼에게로 가 눈인사 건넨다

밤이 몰래 키운 숲속으로 향한다

움막 짓고 역사를 재현한 원시인들의 내부까지

텅 빈 플라스틱 육체를 내다 버리는

분리 수거함 안까지

그림자 도시는 시민들의 육체 없이도 성행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문 밖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것

그리고 궁금해하지 않는 것


4.

나가기 위해 기꺼이 들어온 사람아

웅장한 실내악을 켜둔 채로 잠들어 있는가

허밍이 빚은 곁눈으로 바라본 세계는

나 없이도 휘황찬란하게 연속되고 있는가


부정할 수 없는 / 돌이킬 수 없는 / 나아질 리 없는

불행한 시리즈처럼


비가 많은 구름일 것이다 아직 내리지 않은

(멈춘 적이 없어 도착할 줄 모르는)

연습이 끝난 피아노 페달처럼 부드럽게 가라앉는다

(생활 속의 교양)

비와 음악 사이에 가지런히 놓인 진공관이 되었다

(중계자의 삶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서서히 커지는 파장

그러나 다가오지 않는 인기척

그런 의심으로부터

이 지루한 비극을

다 해진 플롯을

이야기가 필요한 거리의 동냥꾼에게 건네고 싶다

이제 시시하게 소멸해가는 것을 보라

        

             :

             :

             :

             :

             :


그것이 어떻게 이 악물고 커나가는지를 보라


5.

창문밖 전복 사고 난 차량이 있다

신호가 바뀌어도

사람들이 건너지 못하는 광경이 있다


이 도시는 그렇게 멈춰 있다

식어가는 커피잔과 대치하는 창틀에서


침묵도 발길을 끊은 입술이 참 재미있었다

슬픔을 친인척으로 둔 혀가 매일 아슬아슬하게

가정사를 반복하려고 했다

불 꺼진 귀, 살아서 들키지 않는 귀

그런 악기가 필요했으므로

이곳에 살아서 듣게 된 고요는 음질이 좋지 못하다


6.

검은 눈을 바라보는

석탄 공장의 새카만 창문 속에

흰 눈동자를 보라


부디

나의 오랜 연습이

누累가 되지 않았기를




*Franz Liszt.



            ⸻계간 시현실2018년 여름호

서윤후1.jpg


1990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현대시등단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산문집 방과 후 지구.

제 19회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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