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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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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39회 작성일 18-12-05 09:10

본문

손님

 

강성은


  

부스럭 문이 열리고

 

그가 가방을 열고 모래를 꺼낸다 가방에서 모래가 끝도 없이 나온다 어디 먼 곳 해변에서 담아 온 걸까 내 방에 해변을 옮겨놓기라도 할 작정인지 모래는 스르르 사르르 르르르 내 귓속으로도 쌓인다 나는 눈과 코와 입이 사라지고 귀만 남는다 귀는 점점 더 넓어진다 그가 가져온 모래를 다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래는 곱고 부드럽다 어제의 공기 내일의 냄새 그의 손은 아주 크다 눈과 코와 입이 없어도 알 수 있다 그가 나를 해변에 묻고

 

나는 모래 속에 잠기고

모래가 내 속에 잠기고

 

얼굴이 사라져간다 그사이

그가 내 얼굴을 훔쳐 간 것 같아

 

미닫이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고

마당 자갈 밟는 소리

멀어져간다




kangsungeun-150.jpg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5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Lo-fi』『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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