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와 잉 사이 / 이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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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1회 작성일 19-01-02 11:47본문
겁나게와 잉 사이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깐 씨알이 백힐 이야글 허씨요
지난 봄 잠시 다툰 일을 얘기하면서도
성님, 그라고봉께 겁나게 세월이 흘렀구마잉!
궂은 일 좋은 일도 겁나게와 잉 사이
여름 모기 잡는 잠자리 떼가 낮게 날아도
겁나게와 잉 사이로 날고
텔레비전 인간극장을 보다가도 금세
새끼들이 짜아내서 우짜까이잉! 눈물 훔치는
너무나 인간적인 과장의 어법
내 인생의 마지막 문장
허공에라도 비문을 쓴다면 꼭 이렇게 쓰고 싶다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이원규 시집 『옛 애인의 집』(솔, 2003)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강물도 목이 마르다』 『옛 애인의 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빨치산 편지』
산문집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지리산 편지』 등
신동엽창작상과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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