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다 / 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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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42회 작성일 15-10-19 10:17본문
쓴다
강기원
너는 무당벌레처럼 아름답게, 나는 무당거미처럼 잔혹하게
쓴다
어느 쪽이 더 흥미진진할지
아무도 몰라
성선설 성악설에 대한 판례가
없는 것처럼
너는 계곡수의 청량함, 나는 하수구의 악취
너는 유채색의 무지갯빛, 나는 무뚝뚝한 무채색으로
쓴다
어느 쪽이 더 영롱할지
아무도 몰라
프리즘의 조각들이 얼만큼 쪼개질지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너는 마르지 않는 푸른 잉크, 나는 굳어가는 검은 담즙으로
쓴다
어느 쪽이 더 깊은 맛일지
아무도 몰라
미뢰에 비애의 돌기는
없는 것처럼
네게는 내게 없는 구슬, 내게는 네게 없는 구슬
이 모래알만큼 넓은 놀이터에서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으로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2006년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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