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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는 꽃들이 / 임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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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0회 작성일 19-01-22 20:53

본문

밭에는 꽃들이

 

   임경섭

 


언젠가 피어 있었다

 

블라인드 로프를

한번씩 당길 때마다

몸을 부풀리는 볕

 

볕과 함께 밖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잡초 무성한 화단

가운데 꽂혀 있는 어린 모과나무

가지가 흔들리면 거기

바람이 꼭 그만큼 지나가고 있었고

 

지나간 것들을 향한 손짓이

앙상하게 흔들리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손짓은 방향을 잃고

가야 할 때와 와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했다

 

어린 모과나무 그림자만

방향을 잃지 않고 꼿꼿이

꽃 없는 화단 너머

공터 쪽으로 누워 있었다

 

공터 위로는 허공이 가득했다

 

블라인드 로프를

다 잡아당기자 더 이상

몸을 부풀리지 못하는 볕

 

볕을 따라 공터는

어느새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밖을 들여놓은 안은

밖으로 가득 찼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계간 창작과 비평2018년 겨울호


11.jpg


1980년 강원대 원주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중앙신문학상> 당선

시집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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