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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익을 동안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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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0회 작성일 19-01-25 10:49

본문

토마토가 익을 동안

 

   박지영

 

 

검은 토마토가 배달되었다

밤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흔들어 깨우듯

어미의 유전인자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듯이

집요하게 온다

 

나는 밤에 태어나 밤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랐다

나를 먹이고 키운 밤

그렇게 나를 어둠에 심어놓은 밤

그렇다고 밤을 엄마라 불러야 하나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밤은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어떤 영혼은 별빛을 가지고 있어

영혼의 갈피에 그 별빛을 끼워 넣으면

서로 부딪혀 방울 소리를 낸다

 

나는 별의 말을 번역하는 자

밤의 말을 전하는 자

 

또 하나의 밤이 익어가는 순간

토마토가 익을 동안

침묵하기로 하자

-시집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2019. 1)에서


  parkjiyoung.jpg

 

1956년 경북 의성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계명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2심상등단 

시집서랍 속의 여자』『귀갑문 유리컵』『검은 맛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

사진시집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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