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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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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0회 작성일 19-02-08 10:48

본문


최선의

 

   김경인

 

 

그는 제법 잘 걷게 되었다

무릎 아래를 잡아당기던

길이 모두 사라진 후에

 

지갑을 열고 하루치의 어둠을 지불했다

너는 누구냐? 매번 같은 질문으로

뒤꿈치를 끌어당기는 그림자에게

 

오늘은 쑥쑥 낳는다 하루치 계단을

맘만 먹는다면 백 개도 이백 개도 낳을 수 있단다

그로부터 집을 멀리 떨어트려 놓기 위해

 

고개를 높이 쳐들면

오르막 저 끝에서 집이 묻는다

 

너의 최선은 무엇인가?

 

아침이 되면

물어보리라, 집요하게 유리창을 찌르는 햇빛처럼.

침대 위 곤충으로 바르작거리는 회사원에게

 

가령,

사람으로서 아니 곤충으로서 최선은 무엇인가?

문득 돋아나는 여러 쌍의 다리를 활용할 직업의 세계는?

여러 개의 손바닥으로 아니 발바닥으로 최선을 다해

거울을 닦아보자, 사람의 얼굴이 어른거릴 때까지

 

목구멍에는 밤이 걸려 있다

토사물과 함께 영영 엎질러질 밤이

 

벽에는 제멋대로 박힌

못이 하나

바짝 마른 살가죽이 걸려 있고

 

한 권의 책이 나동그라져 있다

꿈의 내장과 살덩이를 잘 도려낸 후

흠씬 맞아 비로소 푹신하게 평등해진

소파 위에

 

 

             ⸺월간 현대시20191월호


kimkyoungin-180.jpg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 문예중앙》 등단
시집 『 한밤의 퀄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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