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박일만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동행 / 박일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19-02-11 13:04

본문

동행

 

   박일만

 

 

바다에 이르는 길은 멀었다

한낮을 지나온 해가 저녁놀 속에 스러지는

길 끝에서 노인은 휠체어에 아내를 앉히고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양손을 손잡이에 얹어 미끄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었다

방파제 쪽에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이대로 쭉 가면 황혼 빛 갯벌이다

뼛가루 같은 진흙이 지천이다

오랫동안 서해를 바라보며

노인은 아내의 어깨에 숄을 덮어 주며

입가에 흐르는 침을 맨손으로 닦아 주었다

백발이 성성한 두 사람이 한 방향을 향할 때마다

해풍이 그들의 얼굴을 함께 어루만졌다

한기를 느끼는 아내를 위해 몸을 움직이자

순간, 노인의 발걸음이 팔랑거렸다

아쁠싸!

길 끝에서 조용히 서 있던 연유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살아오는 동안의 궤적이 점쳐졌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바람개비처럼 휘청거린,

저것이었구나!

한쪽으로 기우는 다리를 아내의 휠체어가 지탱해 주고

노인은 아내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었던 것

비로소 두 바퀴와 한쪽 발의 절묘한 균형이 이뤄졌던 것

나는 그들의 생애를 다 짐작할 수 없었으나

노인의 절뚝이는 생이

아내의 휠체어에 의지하여 밀고 끌고 왔을 것이다

물때가 바뀌도록 긴 그림자로 남아 있는 그들을 남기고

석양이 붉게 타고 나면

바다는 곧 한낮을 지울 것이다

 

박일만 시집 뼈의 속도(실천문학사, 2019)에서



  


전북 장수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 수료
2005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뿌리』등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7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0 07-25
27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8 0 07-25
27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3 0 07-21
27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0 07-21
27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 07-21
27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0 07-19
27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0 07-19
27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3 0 07-19
27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3 1 07-15
27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4 1 07-15
27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3 1 07-15
27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7 0 07-10
27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1 07-10
27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5 0 07-10
27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1 0 07-07
27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3 0 07-06
27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0 07-06
27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0 0 07-06
27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8 0 07-06
27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 06-30
26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0 0 06-30
26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06-30
26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1 06-28
26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3 1 06-28
26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7 1 06-28
26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1 06-27
26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1 06-27
26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2 1 06-27
26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6 1 06-24
26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0 2 06-24
26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5 1 06-23
26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9 1 06-23
26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5 2 06-23
26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1 06-20
26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1 06-20
26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1 06-20
26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4 1 06-17
26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9 1 06-17
26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1 06-17
26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3 06-15
26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2 06-15
26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 2 06-15
26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1 06-14
26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1 06-14
26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2 06-14
26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6 1 06-07
26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1 06-07
26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7 1 06-07
2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1 06-06
26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3 0 06-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