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결혼식 / 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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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72회 작성일 19-02-14 09:12본문
먼지의 결혼식
진혜진
문틈 사이 벨벳을 걸어온 햇살이
먼지의 안과 밖으로
한 줄기 긴 주례사를 나열하고 있다
저 부유하는 신랑 신부
뒤엉킬 듯 나란한 거리
입자는 조금 두렵고 두근거려 보인다
나비넥타이 속 행진곡은 어느 정원을 걷고 있을까
커튼을 밀고 오후 두 시가 통과한다
훤히 드러나 있는 하객
이 방에서 나는 불청객
농도를 걱정하는 기나긴 말씀은
견딜 수 있을 만큼 떠다니다 서약문이 귓바퀴에 꽂힐 때
행진
문틈 속으로 사라진다
진공 압력을 모르는 연인의 어깨동무는
밑줄 친 떨림을 기억한다
청소기가 결혼을 빨아들인다
두 손 모았던 맹세가 흡입구로 빨려 들고
뒤로 남긴 후손이 가볍게 점프를 한다
먼지로 분류된다는 것은
먼지 이전의 뼈대 있는 솟을대문이었거나 몇 아름의 고목이었거나
먼 나라에서 온 바람이었던 것을
수 천 번 지구를 돌아 나와 도착한 여기,
드라이아이스가 파혼을 부추긴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입김이 잠자던 곳에
식을 치르지 않은 먼지들도
뿔뿔이
침대 아래 부족(部族)이 되어 간다
―《미래시학》(2017년, 가을호)
경남 함안 출생
2016년〈경남신문〉,<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6년《시산맥》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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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양현주님의 댓글
양현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이쿠, 우리 예쁜 혜진샘 <먼지의 결혼식> 이군요
먼지의 속성을 낯설게 잘 연결 했네요
절친 시가 올라오니 반갑네요^^
링크 펌하여 전달해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