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하였다 / 양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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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2회 작성일 19-02-18 16:27본문
여여하였다
양문규
지난겨울 천태산은 눈보라 치는 절벽에서도 여여하였다
천태산 산방 주인 잃고 구들장 내려앉아도 여여하였다
키 큰 미루나무 싸늘히 식은 가지들 매달고도 여여하였다
까치집 흔들어놓는 세찬 바람소리에도 여여하였다
언덕 위 날망집 늙은 과부 찬물에 홀로 밥 짓고 빨래하면서도 여여하였다
천 년 은행나무 폭설 속에 잔가지 뚝뚝 내려놓고도 여여하였다
옆 감나무 꼭대기 얼어 터진 홍시 쭈그렁 살 내리고도 여여하였다
감나무 지나 깔딱고개 가시철망 둘러쳐져 고라니 넘나들지 않아도 여여하였다
빙판길 숨 고르며 오르는 사람 발자국 하나 없어도 여여하였다
염불하는 젊은 중 빤질빤질한 이마빼기도 여여하였다
-양문규 시집 『여여하였다』(시와에세이, 2017)에서
충북 영동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9년 《한국문학》 등단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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