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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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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0회 작성일 19-02-22 09:11

본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영미

 

 

라면으로 첫 끼니를 때운다

바닥엔 파지처럼 굴러다니는 쓰다만 이력서들

열정 하나로 통했던 시대는 갔다

모래 수렁을 떠도는 비문의 유령들,

오늘은 이 회사에서 내일은 저 회사에서

같은 얼굴을 만나고도 기억하지 못한다

모래바람은 깊은 수렁을 덮기도 하고 만들어내기도 한다

빠져나오려는 안간힘은 처음 몇 번의 좌절이면 족했다

움직일수록 흘러내리는 모래의 깊이는

늪처럼 빠져들고, 바닥처럼 측량되지 않는다

입구가 사라지는가 하면 출구가 봉합되기도 한다

수렁이 무덤이 되는 것은 한순간,

어제도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왔다

가수와 진수가 구별되지 않는 교묘함에도

구덩이를 채운 숫자는 갈수록 넘쳐난다

무릎이 튀어나온 츄리닝, 쌓여가는 빈 소주병이

발굴된 유물의 전부가 될 것이다

전화 한 통이면 빠져나올 수 있는 꿈이면 좋겠다

남은 국물에 식은 밥 한 덩이 말아 시어 빠진 김치 쪼가리로

후르륵 위장을 채운다

내비게이션 토끼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낯선 얼굴들이 모래 수렁에서 길을 찾고 있다


  - 2019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작품 중에서


 

1968년 서울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9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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