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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눈사람 / 박홍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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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19-02-25 09:46

본문

봄날의 눈사람

 

   박홍점

 

 

신발을 바꿔 신고 오느라 늦었다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오느라

 

어머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느라

즐겨 듣던 음악 같은 손들에게 악수만도 해가 짧아

 

마당가에 열린 눈물을 닦느라 늦었다

웃으세요, 웃으세요 일제히 사진을 찍느라 늦었다

목이 긴 젊은 아내가 울었다

 

넓고 넓은 바닷가 눈물로 빚은 몽돌들 지고 오느라 늦었다

태풍을 예고하는 놀란 쥐 떼들 달래느라

 

스무 살 아기에게 불린 젖을 먹이느라 늦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이 눈치 저 눈치 제 몸이 먼저 무거워서 늦었다

 

노를 저어 줄 사공이 탈이 나서

겨울 지나고도 유난히 그늘이 짙었다

헐레벌떡 봄꽃 준비하던 나무들 눈을 흘겼다

 

-박홍점 시집 피스타치오의 표정(천년의시작, 2015)에서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차가운 식사『피스타치오의 표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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